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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램 어록
    매일의 걸음 2023. 9. 6. 12:22

    6.5세 딸램:

    엄마, 우리가 천천히 컸으면 좋겠어. 그래야 엄마가 빨리 안 늙잖아. 엄마가 빨리 할머니 되는 거 싫어..

    엄마가 20대 때 결혼해서 지금 30대였으면 좋겠어! 

     

    엄마, 내가 크면 돈 많이 벌어서 다이아몬드 사줄게! 

    - 너네 학비 내야지.

    돈 진짜 많이 벌면 되지!

     

    엄마, 나 대학 가면 멀리 가야 되?  엄마랑 멀리 떨어지기 싫어..

    - 그때 되면 생각이 바뀔 걸?

    아니야! 나 대학가도 엄마 근처에 있을거야. 엄마 매일 볼 거야. 

     

    -------

     한국 가기 전 일이다.

    만 6세가 된 이후 딸램이 밤만 되면 자꾸 무섭다고 했다. 특히 혼자 자기엔 너무 무섭다고... 오빠랑 같은 방에서 자는데도 계속 무섭다고 했다. 이유인 즉은 밤에 도둑이 올 거 같다는 상상이 든단다. 문을 열기 쉬울 거 같다나. (하긴 한국의 철문현관+번호키에 비하면 여기는 나무 문에 열쇠로 여는 현관문이라 들어오기 쉬울 거 같긴 하다) 

    우리 바로 옆 동네가 부자동네라 우리 동네엔 도둑이 안 온다고 했으나 설득에 실패했다. 하나님이 지켜주실거라고 해도 안 믿었다. 도둑이 오면 도망을 못 갈 거 같다고 어떻하냐고 무지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손을 잡고 재워주는 날들이 이어졌다. 우리가 티비를 켜놓고 뉴스를 보는 것도 아니고 동네에 도둑이 들어서 시끄러웠던 것도 아니고,...무엇이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기억을 되돌이켜보면 내가 만6-7세 때도 밤이 되면 긴장 됐던 시기가 있었다. 다같이 티비를 본 후 자려고 누우면, 이상하게 그 당시 뚱뚱했떤 티비 뒤쪽에서 딱- 딱- 하고 소리가 났다. 그럼 나는 저게 무슨 소리일까... 혹시 누가 와서 뒤에서 티비를 치는 건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면서 겁에 질리곤 했다. 그치만 나는 그런 걸 엄마에게 솔직히 이야기할 수 없었고 그저 무서워하면서 아기였던 동생의 손을 꼭 잡았다. 그 때 동생이 서너살 즈음이였어서 아기손처럼 손을 꼭 쥐고 잘 때였는데 그 손을 잡고 잤다. 

     그래서인지 딸램의 밑도 끝도 없는 긴장과 무서움을 좀 알 거 같았다. 어느날 밤, 역시 또 도둑이 올 거 같은 긴장을 하는 따램과 대화를 해야 할 거 같았다.

    "아인아, 성경책에 하나님이 사람들에게 제일 자주 하시는 말씀이 뭔지 알아..?"

    (고개를 절래절래)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제일 자주 하셨어. Don't be afraid." 

     

     그러자 정말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올 거 같은 반응이 나타났다. 딸램은 저 말이 무슨 의미인 지 알려고 했다. 2초간 정적이 흘렀다. 갑자기 충격을 받은 듯, 딱 멈추더니(저 말을 소화하는 듯한), 급 눈물이 폭포수같이 쏟아지며 엉엉 우는 것이였다... 정말이지 엄마가 된 이후, 인상적인 순간들 중 하나였다.

     그 울음 속에는 '엄마가 없는 시간과 순간들에도 함께 해 주신다는 하나님이 자주 하는 말이 두려워 하지 말라는 말이야? 와- 정말 그런거야?? 나 너무 무서웠는데 하나님이 그렇게 이야기하셨구나...!!! 그럼 그 말이 맞는 거 같아..' 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거 같았다. 

    신기하게도 정말 바로 그 다음날 밤부터 그녀의, 야밤에 도둑이 쳐들어 올 거 같았던 무시무시한 상상은 끝났다. 마치 안개가 사라진 듯이...딸램은 그 상상에서 해방됐다. 아이들도 영적인 존재라는 걸 새삼 느꼈던 사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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