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걸음

4월 끝

빛나는눈 2023. 5. 1. 12:20

No heater No A/C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씨다. 저번주엔 마치 포틀랜드에서처럼 일주일 내내 비가 왔는데 시원하니 좋았다. 비가 오는 날보다 햇살이 나는 파란 하늘의 조합을 더 좋아하지만 이곳은 그런 날들이 워낙 많아서인지 - 특히 여름에 - 그렇게 주룩주룩 거의 매일같이 비가 오고 으스스 하니 추운 날이 왠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일교차는 심해서 밤에 잘 때 히터를 켜 놓고 자면 새벽에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서 새벽에 히터가 돌아가긴 하지만 낮에는 아무 것도 켜지 않는 쾌적한 상태다. 이런 온도로 한 3달만 가면, 여기는 오클라호마가 아니겠지. 

 

 이제 학기 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많은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도 아프면 안 되는 시기다. 

 

여기서 2 학기를 보냈다.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지... 

 애들 아프고 남편 아프고 나도 아프고 그건 뭐 가을에 일상 다반사였고 Urgent Care 도 조 씨 셋이 번갈아가면서 다녔다. 병원비가 참 쓰라렸던 겨울이였다. 게다가 아이들이 플루에 걸렸을 때 타미플루를 48시간 내로 먹어야 하는데 타미플루를 사러 갈 때마다 약이 없고, 또는 어린이용 타이레놀이 없었다. 약을 구하러 아픈 아이를 끌고 다른 약국 지점으로 또 20분 운전해서 힘 없는 애를 안고 약을 받으러 가고,,... 그런 일이 두 세번 있었다. 아니 무슨 저주를 받았나, 왜 우리집만 이렇게 아픈가 했더니 몇몇 다른 어린 아이들 키우는 집들도 11-12월에 한 달 내내 돌아가면서 아프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전혀 아프지 않는 집들이 있어서 신기했다. 건강한 아이를 키우는 집들... 하여튼 전국적으로 어린이용 타이레놀이 동 나고 있던 계절이였고 나도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시티에 가서 겨우 타이레놀 한 병 구해오고, 타이레놀 물약이 없어서 알약으로 대체하고 안 사던 브랜드로 이뷰프로펜 사 놓고 그랬었다. 정신이 쏙 빠지는 가을학기였다. 

 

 그리고 12월 하순, 겨울방학이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에 영하 12도씨까지 떨어진 엄청 추웠던 날, 집 전체 히터가 고장이 났다. 진짜 거실 온도랑 밖이랑 온도 차가 거의 없었다. 하필 그 때 다른 집들도 히터가 고장 나서 히터 고치는 분들이 이틀 간 못 오고...  안방에서 작은 히터들을 켜 놓고는 다같이 먹고 자고 티비 보는 모든 일상을 했었더랬다. 덜덜 떨면서 주방에서 음식 해오고 아님 나가서 사 먹으면서 추위를 버텼다. 

 그 와중에 부엌에서 - 하필이면 부엌에서!!!-  쥐똥들이 대거 발견되고 패닉한 나...  왜 내 인생은 조용할 날이 없냐며 안그래도 힘든 차에 더더욱 괴로워했던 나날들. 아마존에서 쥐가 싫어한다는 페퍼민트 향이 나는 패치를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에 사서 여기저기 놓았으나 여전히 보이는 쥐 똥... 차고 구석구석을 막고 여기저기 철수세미로 막아두고, 전기를 이용해서 쥐들만 듣는다는 울트라 사운드repellent 를 사서 여기저기 콘센트에 붙여두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안심이 안 되서 울트라 사운드 + 밤에 조명이 번쩍번쩍 켜지는 커다란 전기repellent 도 부엌에 갖다 놓았으나 여전히 어디선가 보이는 쥐 똥과의 사투!!!!!!   

 결국엔 생선맛 나는 쥐약을 사서 차고에 많이 갖다 놓았다. 그 다음 날 보면 쥐약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싹 없어지는 날들이 거의 일주일이 지나갔다... 아니 근데 쥐를 실제로 본 적이 없는데 쥐약들이 계속 없어져...쥐약 안에 독이 있어서 서서히 없어질 거라는데 독성분이 약한 것인지 왜 일주일째 쥐를 사육하고만 있는가...? 아무래도 한 마리가 아니라 가족들이 와서 차고에서 서식 하는 거 같은데...?  그러다 그 동그란 쥐약이 집 안에서 발견되서 아주 미쳐버릴 지경에 다다랐다. 쥐가 밤에 쥐약을 갖고 집 안에 들어와서 먹고 앉아있는겨 -_- 

 그 뒤로 거실 조명을 켜고 자기로 하고 며칠 지난 후 동네 할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아주 치명적인 약을 사서 거기에 땅콩버터를 듬뿍 발라 놓았다. 그 약의 장점은 독성이 강할 뿐 아니라, 쥐들이 약을 먹고 집이나 차고 어딘가 우리가 볼 수 없는 구역에 가서 죽어도 시체가 썩지 않고 건조되는 식으로 처리된다고 했다.  정말 며칠이 지나면서 생선 맛 쥐약이 그대로 있기 시작했고, 곧 차고에서 내 손 만한 쥐 한 마리 시체를 발견했다. 당연히 남편이 처리. 불쌍한 가장... 하지만 내가 쥐약 사다 놓고 매일 체크하는 거 책임이였다고, 사체 처리는 가장이 해줘야지. 

 

 그렇게 쥐 사태가 마무리 될 즈음 또 차고 문이 고장 났다. 차고 문 고치는 업체가 이 동네에 하나 뿐이라 1주일을 기다려서 차고가 고쳐졌다. 차고 없이 현관으로 다니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한 주가 지나갔고... 그래도 20년간 한 번도 안 바꿨던 차고 문이여서 열 때마다 엄청 시끄러웠었는데 새로 바꾸니 조용하고 좋아졌다.  중간중간 변기가 고장 나거나 온수가 안 나오는 일들은 뭐 가볍게 봐줘야겠지 -_- @.@  온수가 안 나와서 애들이랑 YMCA 가서 샤워 했다 ㅋㅋㅋ 

 게다가 이 동네는 봄에 알레르기가 유명하다고 하던데 정말 남편이 강력한 알레르기의 공격을 받았다. 4일간 사람이 완전 맛이 가는 걸 보기도 했다. 알레르기 약을 처음 먹어 본 그는 또 약의 후유증으로 굉장한 두통에 시달렸고 와... 정말 중병에 걸린 사람처럼 완전히 뻗어서 헤롱거렸다. 그것도 일주일이 지나자 조금씩 정상모드로 돌아왔다. 

 

 

 진심 시끌 벅적한 오클라호마에서의 첫 2학기였다. 조용하고 심심한 날들이 거의 없었던, 늘 사건 사고가 뒤따랐던 시간들이였다. 난 대부분 너덜너덜한 멘탈로 시간을 보냈고 아이들이 학교에 간 후 혼자 보내는 조용하고 고요한 시간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아쉬웠다. 정말이지 엄마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맡기고 혼자 요양을 하고 싶었다. 그치만 이 또한 지나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앗, 이것도 기억해야지. 2023년 4월의 마지막 날은 우리 둘째의 이가 처음 빠진 날!! 어딘가에 부딪혀서 흔들리던 이에 피가 나기 시작하자, 내가 "이제 뺄 때가 됐어!" 라고 했더니 엉엉 울기 시작하는 딸램. 그럼 혼자 빼 보라고 하자 눈물을 뚝 그치고는 "응 알았어 내가 빼볼게" 라고. 첫째와 달리 혼자 이를 흔들흔들 하면서 빼서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갖다 준 아이. 아기 같기만 했던 딸램도 이제 이를 갈기 시작하고 점점 자라가는구나. 

 

 

 

 

올해 여름을 보낸 후엔 제발 온전한 나로 회복되기를, 예수님이 나를 제대로 fix 해주시기를 바란다. 

대망의 5월! 여름방학의 시작인 5월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