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보내며

엄마의 책장

빛나는눈 2022. 2. 5. 04:14

2017 12 28

 

3년 몇 개월만에 한국행, 그리고 친정집
내 방은 3년 전 떠날 때 그대로의 상태에 먼지만 가득 쌓여져 있고, 두 남자들이 쌓아놓은 잡동사니들이 아무렇게나 놓여있다.
또 하나 화석처럼 그대로인 집안의 한 부분은 안방의 엄마 책장. 엄마가 읽던 책, 9년 전의 방통대 교재도 여전히 꽂혀있고 액자나 데코레이션 소품들도 엄마가 놓아둔 그대로 먼지만 쌓인 채 그대로 있다. 왜 여기를 여태 못 치웠을까, 생각해보니 돌아가신 직후엔 마음이 쓰라려서 할 수 없었고, 그 이후엔 결혼유학준비에 바쁘다고 못했고, 잠깐씩 한국행을 할 때는 집안 대소사나 비자 변경 같은 일들 때문에 온 거라 늘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정말 시간부족 떄문이었나,...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무도 손대지 않던 엄마의 고유한 책장이었기에 엄마꺼니까, 엄마 없는데 치우지 않을래 하는 마음이 있었던 거 같은데,... 엄마 생전에도 우리들은 그 책장을 이용하지 않았으니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도 같고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세 식구가 늘 바깥을 도는 동안 엄마 혼자 집을 지켰던 거처럼, 엄마의 책장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식구들을 떠나 보내고 다시 맞이하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도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엄마의 존재감을 닮아있었다.

우리 셋 다 저 책장에 대한 언급 조차 하지 않고 치울 생각 역시 하지 않는다. 책장은 엄마의 숨결이 아직 우리 집에 남아있다는 느낌을 주는지도 모른다.
내후년이면 엄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되는 해다. 10년 째 엄마의 물건을 그대로 놓아두는게... 괜찮은건가...? 이제 한국행을 좀더 길게 가져서 엄마의 잔상들을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짧았던 한국행이여서 아쉬움이 크다. 엄마의 유골이 있는 하늘문에도 다녀오지 못할 만큼 짧았다. 다음엔 좀더 긴 호흡으로 한국에 머물며 못다한 일들을 둘러보아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