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보내며

옥 목사님...

빛나는눈 2022. 2. 4. 09:50

2010 827

 

옥 목사님 몸 안에 암세포가 뇌에까지 퍼졌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중환자실에 계신다고 한다. 의학적으로는 수명을 다한 상황에서 어떤 기도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황망한 마음베풀만한 은혜를 베푸시라는 거 밖에는 무엇을 바래야 할지 모르겠다

하나님 품 안에 안기는 것이 사실은 진짜 행복의 시작일거란 생각도 들고, 하지만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생기고, 그렇게 숨이 붙어있는 상태로라도 이 세상에 우리와 같이 속해 있었으면 좋겠고,...그런데 이런 바람들조차 슬픔을 당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기심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차라리 수명연장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히스기야 왕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죽었다 살아난 나사로도 떠오른다. 죽음의 문 앞에선 이들을 위해 기도할 때마다 두려움과 무력감이 느껴지고, 그에 대한 하나님의 진심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

 

"그 청년, 바보의사"에서 세상을 떠난 청년의사, 그 순전한 사람을 왜 데리고 가신걸까. 이 사람 통해서 하나님의 선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을텐데 도대체 왜? 그가 쓰러졌을 때 지인들은 그가 일어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하는데, 결국에 떠나버린 그 청년

누구 말마따나 하나님은 그 상태 그대로의 모습을 세상에 남기고 싶어하셨는지도 모른다. 신실하게, 선하게, 그리스도인으로서 진정한 삶을 살았던 그 젊은 의사의 현재가 우리가 바라볼만한 삶의 표상으로 기억되었을 때 하나님이 보시기에 더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가까운 이들에겐 큰 아픔이었겠지만, 그의 짧은 생을 담은 글이 책으로 나와 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일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그저 잠잠히 받아들이는 수밖에는 없다고구구절절한 해석은 소용이 없다고 결론지었던 거 같다.

   

- 옥 목사님에 대해서는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그분의 섬김과 수고를 인정하고 그만 하나님 품으로 안아주시길 간구하며, 보내드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까. 아님 이 땅에서 하나님의 일을 더 감당하기 위해 향후에 불러가 달라고 기적 같은 치유를 구하며 매달려야 할까목사님 본인은 무엇을 바라고 계실까. 천국에의 소망을 설교하셨던 당신께서는 지금 무의식의 세계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하나님께서는 성도들의 간구를 들으실까? 그분의 뜻은 과연 무엇일까.

 

사실 이 마음은 엄마가 가실 때도 마찬가지였다. 무엇이 하나님의 뜻대로 기도하는 건지 몰라서 정말 하나님의 뜻만이 이루지길 바란다고 기도했었던 거 같다내 소망은 사느냐 죽느냐 중에 하나였고사실 이것 자체가 너무 이차원적이고 단순하게 느껴지기도 했다하나님 입장에서 뭔가를 생각해보려 해도 나는 복잡한 심정을 느낄 뿐 이였다. 정말이지 내가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내가 말하는 언어로 기도할 수 없었다.   

 

초월하시는 하나님,

내가 어떻게 하나님의 심오한 계획과 뜻을 다 알 수 있을까. 다만 한 성도의 삶과 죽음을 귀히 보시는 하나님을 믿으며, 그분의 선하심을 믿으며,  한계를 인정하고 소원하는 것을 간절히 바라고, 구하고, 부르짖고 온몸으로 외치되아무리 구해도 주지 않으실 때에는 그냥 그 자리에 쓰러져 울고, 은혜와 위로를 바라고,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기를 구하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거 같다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요 야곱의 하나님이로라 하신 것을 읽어 보지 못하였느냐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요 산 자의 하나님이시니라 하시니 ( 22:32)

 

산 자의 하나님,

설령 목사님께서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가셔도, 하나님은 언제까지나 옥 목사님의 하나님이라 믿는다. 하나님께서 보실 때 육신의 존재에서 영원한 존재로 바뀐 것 밖에 다를 바 없으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