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천국행 1주기
2010년 3월 21일
죽음 앞에서 두려운 내색 하나 비추지 않았던 엄마,
남은 사람들이 힘들 거라며 우리를 걱정하던 엄마,
하나님께 가니까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해주던 엄마,
그렇게 담담히 하늘나라로 가신 지 일 년.
그때는 개나리꽃이 살며시 얼굴을 내밀었었지...
엄마를 보내고, 장례식을 치르면서 기분에 엄마가 너무나 좋아하고 있는 거 같아서, 참 이상했었는데...
우리가 결국 돌아가야 할 곳, 그곳에 먼저 가 있는 엄마는 참 많이 행복하겠지.
지금도 연락 오는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부터 아기같이 해맑게 웃어서 간호사에게 물었었지. 엄마가 약 때문에 저렇게 웃으시는 거냐고. 엄마의 웃음은 내가 평소에 보던 웃음이 아니었기에.
"주님을 믿어서 그러신 거지요."
간호사는 무심코 그렇게 대답했다지. 엄마는 정말 천국을 보셨던걸까.
암과 관련된 정보를 접하면서 죽기 싫다고 울고 불고, 살고 싶다고 바둥거리고,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모르겠다며 임종을 맞는 사람들은 가족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긴다던데, 엄마는 당연한 듯 아무 원망 없이 우리를 위로하고 떠나셨네.
천국 문 앞에서 서성이던 시간 동안 엄마의 임종자리에서 함께 부르던 찬양, 그 자리를 지켜주던 대학부 사람들, 나의 팀장님들, 그때의 그 찬양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천국 문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 보혈의 공로를 담대히 말하라고 외치며 기도하던 그 시간들...
엄마, 그 찬양과 기도, 들었겠지요. 주님, 기억해주세요.
이따금 엄마 생각이 한꺼번에 몰려올 때면, 미안함과 후회가 한없이 밀려와 목구멍이 뜨거워진다. 엄마, 엄마의 인생을 내가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평생 동안 곱씹고 생각하게 되겠지.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보낼 때마다 엄마를 떠올리겠지.
생각보다 컸던 엄마의 빈자리를 보며 일 년간 통곡의 벤치에서 지내는 동안 우리 가족 옆에는 함께 울어 주는 이들이 있었다.
누군가 그랬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지인들이 곁에서 보살펴주는 일은 당연한게 아니라, 정말 복 이라고.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그 복을 우리에게 주셨다. 그래서 슬픔을 달랠 수 있었고, 견딜 수 있었고, 해야 할 일들을 차분히 해나갈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늘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언젠가 주님을 만나는 날
엄마가 내게 고생했다고, 잘 했다고. 안아주는 그 날까지
천국에서 웃으며 만나는 그 날까지
내게 주신 사명 기꺼이 감당하며 살아가련다.
더욱 강건한 영혼과 부드러운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