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보내며

엄마를 세상에서 지우는 일

빛나는눈 2022. 2. 4. 09:39

2009년 4월 15일 

 

정말정말 재미있었던 아기공룡 둘리,

왠지 달리고 싶게 했던 달려라 하니,

요즘 걷다보면 자꾸 둘리랑 하니가 생각난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으뜸인 이 만화 속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엄마를 그리워한다는 것이였다.

 

이제 조금씩 일어나 엄마를 세상의 시스템에서 지우는 일들을 하고 있다이 일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아직 엄마 방을 깨끗이 치우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도 다른 사람 도와주고 나눠주는 거 좋아했던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계절이 바뀌어 옷가지를 찾는 어려운 이들에게 엄마 옷은 나누어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엄마가 입었던 옷들은 선뜻 못 내어주겠다. 옷에 베인 엄마 냄새를 맡고 있을 때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가슴이 미어지게 아프고 또 아프다그리고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세상에서 엄마를 지워갈수록 가슴 속에선 엄마와의 기억이 더 선명하게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동안 엄마가 세상 떠나기 직전의 상황만 재현되다가 이젠 그 이전의 상황들도 조금씩 떠오른다그러면 정말 너무너무 보고 싶다. 그래서 엄마 동영상도 열어보고 사진도 보고, 문자도 다시 읽어보곤 하는데, 사진과 동영상에서 엄마는 한결같이 웃고만 있다. 순수하고 환하게 웃는 엄마 얼굴을 보다가 이제 예쁘게 웃는 엄마를 볼 수 없다는 게 끔찍하게 서러워서 이를 악물고 방에 그냥 누워버린다. 후회와 미안함과 그리움이 뒤섞여서 애간장이 다 녹는 거 같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엄마 생각에 울 날이 많을 거라고들 한다. 엄마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존재가 아닌 거다.

우리는 엄마를 가슴에 묻고 그냥 그렇게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 보며 살아가야 하나보다.

 

난 정말 엄마가 우리와 더 있을 줄 알았다.

엄마가 따뜻한 봄 햇살과 화사한 꽃들을 보며 조금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졌었다. 하지만 엄마는 투병생활을 하며 단 한번도 나아진 적 없이 하강곡선을 그렸고, 개나리 꽃 필 무렵에 허망하게 떠났다.

이 모든 일의 의미를 내가 세상 떠날 때 즈음이면 이해할 수 있을까? 살아가면서 하나씩 이해할까? 이해를 하면 또 무슨 소용일까?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래, 더 사랑했어야 했다.

엄마를 더더욱 사랑했어야 했다.

더 사랑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서글프다. 사랑한다고 더 많이 말해줄걸. 엄마가 돌아가시 며칠 전 내게 아무 말 없이 뽀뽀세례를 해주었는데. 엄마는 그게 나를 사랑한다는 마지막 표현이었다.

 

무엇을 이루고, 성취하고, 성공하고, 안정된 삶을 살기를 원하는 모든 산 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귀에 따갑도록 들었던 하나님의 명령, '사랑'이다. 나는 그 명령, 그 사실을 이제서야 뼈에 사무치도록 느끼고 배우는 거 같다.

 

엄마....................

엄마가 너무 그립다.

눈물이 난다.